얘야, 알고 있니?
이 오래된 동네에는 겹겹이 쌓인 사이들에서 피어나는 환상이 있다는 걸.
아무도 없는 밤,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곳에서 열리는 상회가 있어.
낮에는 잘 보이지 않는 틈 사이, 가만히 앉거나 느릿하게 종종거리며 걷다가도 밤에는 그 모두가 이곳으로 모인단다.
다시 낮을 살아내기 위해서.
그들은 이 상회에서 시간을 사곤 하는데, 산다는 게 늘 그렇듯, 곧 흩어져 버리고 말잖니.
그래도 그것이 그들을 살게 한다.
다만 조금 푸석하고 바랜 단맛이 나. 분명 과자인데 꼭 철 지난 과일 맛이 난단 말이지.
이 맛은 오래고 변치 않았어. 찾는 사람들은 늘 그 맛을 바라며 산단다. 변해선 안 되지.
오후가 스러지는 노란 빛이 얼핏 비출 때, 환상회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모여드는 존재들이 보이니?
아니지, 네게는 보이지 않을 수도 있겠구나.
가만히 귀를 기울여 보렴. 조그맣게 들릴지도 모른단다.
"오늘은 오려나."
아주 오래, 기다리는 사람이 있었어.
밤하늘의 신월이 보름달이 되고 그믐이 될 때도 그는 그 자리에 앉아 기다렸지.
그는 누구를 기다리고 있었을까?
그게 한때의 열정이었든, 빛나는 청춘이었든, 실제로 그가 그것을 가졌었는지, 그때가 정확히 어땠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어쩌면 언젠가부터는, 기다리는 것 자체가 그 사람의 일이 되었어.
그는 기다리는 시간동안 곧 올 것을 위해서 달콤한 화과자를 만들기로 했어.
그리고 혹시나 그것이 왔을 때 놓치지 않도록 매일의 습관을 다듬어 나갔지.
너무 성실했던 탓일까, 과자는 점점 많아졌고 곧 그의 과자를 먹고 싶어서 찾아오는 사람들이 생겼어.
그의 과자는 밤의 영혼을 물리친다고 알려졌지.
밤의 영혼이 오면, 사람들은 깨어 앉아 생각에 잠기게 되는데, 그럴 때면 곧 그들이 기다리고 있는 것을 잊어버리곤 했지.
사람들은 때때로 그들이 기다린다는 사실을 잊기 위해, 스스로 밤의 영혼을 불러낼 때도 있었어.
그럼 그들은 밤 내내 잠을 이룰 수 없게 된 대신 낮에 잠을 잤단다.
'기다리는 이'의 화과자는 밤의 영혼을 물리친다.
하루의 끝에, 사람들은 '기다리는 이'의 과자를 먹으며 밤의 영혼을 달래고, 잠자리에 들었어.
'기다리는 이'는 밤낮없이 과자를 만들었지.
항간에는 그가 밤의 영혼을 집어 삼켰다고도 했어. 밤의 영혼의 근원지가 아니냐는 소문도 있었고.
그래도 묵묵히, 그는 기다리며 만들었어.
어느새 사람들은 그의 과자에 대해 이런저런 말들을 붙이기 시작했지.
기억나지 않던 고향의 맛이 난다든가, 그리운 시절의 기억이 눈 앞에 어른거린다거나 하면서.
그들은 그가 마법을 부리는 줄 알고, 그를 의심하고 두려워하기 시작했어.
그가 정말 밤의 영혼의 근원지이거나, 밤의 영혼을 집어삼켜 무언가 무서운 걸 꾸미고 있지 않을까 했던 거야.
어느 밤,
마을 사람들 몇이 그의 집에 숨어들어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훔쳐보았지.
곧 그들은 놀라운 광경을 보았어.
밤의 영혼들이 모여 앉아, 그에게서 과자를 받아먹고 있는 장면을.
그가 밤의 영혼을 물리칠 수 있었던 건,
밤의 영혼들이 모두 그에게로 과자를 먹으러 오기 때문이었던 거야.
사람들은 '기다리는 이'의 집을 '환상회'라고 부르기 시작했어.
그리고 여전히, 그곳에서 밤의 영혼들은 마음을 달래고, 잃어버린 시간들을 교환해 간단다.
귀 기울여 들어봐. 잘 보이지 않는 곳, 환상회는 거기에 있어.
너도 무언갈 기다리고 있니?